생각보다 1편을 재밌게 봤다는 사람들이 많아서 빠르게 2편을 작성한다.

블로그를 재밌게 봤다고 하는 것 만큼 힘이 나는게 없다.

 

1편에 이어서 파리 여행을 계속 해보자.

 

하필 내가 여행했던 날들이 파리에서 역대급으로 더운 폭염이었다.

유럽의 여름은 건조한데,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니까 정말 따가웠다. 그렇다고 양산을 쓰는건 나 같은 테토남에게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자외선에 정면으로 맞섰다.

그리고 나는 피부가 점점 어두워져 갔다. 시계가 있던 손목 빼고.

돌아오는데 6개월 넘게 걸린거 같다. 맞서지 말자.

 

유사 한국 문화
유사 한국 문화

내가 머물던 숙소는 한인들이 많이 머문다는 구역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숙소 바로 앞에 한식당이 있어서 점심을 오랜만에 한식으로 챙겨 먹고 가볼까 했다.

한인 구역이고… 한식당이니까 한국인 사장님이겠지? 라는 생각으로 한국어로 주문했다.

“제육 하나만 주세요”

사장님이 알아듣지 못했다. 예상 밖이라 나도 당황했다.

영어로 주문하고 나서 직원이랑 대화하는 사장님을 보며 한국인이 아니라 중국인이라는걸 알았다.

그리고 접시를 내려다 봤는데…

‘뭐야 이거 훈민정음인줄 알았는데?? 아무말도 안되는 글이잖아?’

사진만 보고 그냥 훈민정음이 새겨진 접시구나 생각했다면 당신도 당했다.

음식 맛도 한식이 아니었다.

한국 문화가 소비되고 있음에 감사해야하는 걸까? 변질되고 있음에 불편해야하는 걸까?

 

 

케이크 당도 최고
케이크 당도 최고

다음은 세계 최초의 백화점인 라파예트 백화점으로 가서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파리셰리인 라뒤레로 갔다.

분명 맛있기는 했지만.. 나는 단걸 안좋아해서 그리 좋진 않았다.

근데 또 마카롱은 한국에 비해서 달지 않고 마일드했다. 오히려 좋아.

꼭 가보기를 권한다.

 

 

기다리는것도 멋있다
기다리는것도 멋있다

에투알 개선문을 보기 위해 다시 샹젤리제 거리를 지나던 중.

골목에 들어오는 햇살과 매력적인 남자분이 앉아있는 모습이 멋진 장면이라 생각해 촬영했다.

서유럽쪽 인종들은 어째서 이렇게 광고같을까? 하지만 빨리 늙죠? (사대주의 아님)

이 사진의 가장 재밌는 점은 등장인물이 2명이라는 것.

눈에 띄는 인물을 위해 그 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의미를 담기 위한 연출이다.

나머지 한 명이 어디있는지 찾아보길 바란다.

 

따가운 햇살 아래의 개선문
따가운 햇살 아래의 개선문

그리고 도착한 에투알 개선문.

위 쪽 전망대에도 사람이 굉장히 많다.

올라가면 주변 경관이 감동적이라던데… 나는 힘든거 싫어서 안올라가.

 

이런 경치를 보면서 예술을 했다고? 나도 하고 싶어진다.
이런 경치를 보면서 예술을 했다고? 나도 하고 싶어진다.

조금 휴식을 취한 뒤 몽마르뜨 언덕으로 올라갔다.

피카소, 빈센트 반 고흐, 르누아르 등 이름 좀 날린 예술가들이 머물렀던 동네이다.

요즘으로 치면 달동네 같은 포지션이었다는데, 파리 시내를 왕복하기 힘들어서 그랬다고 한다.

이 몽마르뜨 출신의 예술가 중에서 내가 유독 좋아하는 예술가가 딱 두 명있는데, 바로 르누아르와 에릭 사티다.

르누아르는 풍경이나 여성화 등 부드럽고 따뜻하게 그리는 화가로 유명했는데, 그 화풍이 독특해서 좋아한다. 마치 꿈에서 본 장면들을 그림으로 꺼내온 듯한 느낌.

에릭 사티는 짐노페디(Gymnopédies)라는 피아노 곡 때문에 좋아하기 시작했었다. 짐노페디의 도입부를 듣는 순간 아주 포근한 침대 위로 살포시 떨어지면서 할머니 집 냄새가 나는 그런 느낌이 든다. 그래서 심신의 안정이 필요할 때 자주 찾는다.

한 편으로는 에릭 사티의 행실 때문에 좋아하기도 했는데, 에릭 사티는 더운 날이든 추운 날이든 항상 턱시도와 함께 검은색 장우산을 들고 다니기로 유명했다고 한다. 외출할 때면 무조건 그 복장이었다고 한다. 광기가 느껴진다. 그래서 더 좋다.

 

몽마르뜨에서 태동 중인 또 다른 예술가
몽마르뜨에서 태동 중인 또 다른 예술가

몽마르뜨 언덕 위로 올라가면 성심당(진짜 이름이 성심당임)이 있는데, 여기 계단에 앉아서 많은 사람들이 버스킹을 구경한다. 앞서 보여준 경치와 이런 공짜라고 믿을 수 없는 원맨쇼 라이브를 듣고 있자니 팁을 참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현장에서 이 사진을 휴대용 인화기로 사진을 출력한 뒤 팁과 함께 줬다.

* 몽마르뜨에 있는 성심당의 프랑스어 명칭은 ‘사크레쾨르’ 진짜 성심당이라는 뜻이다.

 

속으로는 햇빛 피하고 싶을듯. 가오 때문에 버티는게 분명할거야. (신포도)
속으로는 햇빛 피하고 싶을듯. 가오 때문에 버티는게 분명할거야. (신포도)

다음으로 향한 곳은 파리 동물원이다.

동물원 초입부터 큰 호수가 있어서 경관이 좋은 곳이었다.

여기 앉아서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햇빛 안따갑나라는 생각만 들었다. 한국인이라면 다 그런 생각 할거지? 나만 낭만 없는거 아니지?

 

동물원 안으로 들어갔을 때 내가 지금껏 못보던 동물들이 엄청 많이 있었다.

근데 이 다양한 동물들이 진짜 살기 좋은 환경으로 스트레스 없이 지내고 있을 뿐더러, 사람과의 거리가 상당히 가까웠다. 얼마나 동물원 복지에 신경쓰고 있는가가 보이는 대목이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파리 시에서 이 정도로 동물 복지를 신경쓰지 않으면 동물원 운영 허가를 안내준단다.

 

파리 동물원의 길고양이
파리 동물원의 길고양이

진짜로 사람 다니는길에 길고양이 마냥 동물들이 그냥 다닌다.

 

반신욕 중인 카피바라
반신욕 중인 카피바라

카피바라도 있었는데, 저기서 꼼짝을 안한다. 1시간 뒤에 와도 저러고 있었다.

귀엽군.

 

해질 때 쯤(무려 9시)에 바토 파리지앵이라는 유람선을 타러 갔다.

센 강을 지나가면서 보이는 모습들인데,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하게 즐기고 있어서 재밌다.

어떤 사람들은 스피커로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있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조용히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어떤 커플은 서로 잡아 먹을듯이 키스를 나누고도 있었다. (사진에도 있다. 잘 찾아보시길)

 

알제리 친구들
알제리 친구들

유람선에 올라서 2층으로 올라갔는데 뱃머리 쪽 제일 앞 자리가 비어있었다.

동생이랑 그 자리를 차지하고서 즐겁게 구경하고 있었는데, 뒤에서 쪼그만한 애들이 쭈뼛쭈뼛거리며 힘겹게 구경하고 있었다.

나는 그게 상당히 거슬렸고, 나는 뒤에 있어도 충분히 잘 보이니까 내 자리로 와서 보라고 비켜줬다.

이 어린 친구들은 예의 바르게 고맙다며 실컷 구경하다가 중간 쯤 나한테 미안하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나한테 자리를 내어줬다. 나는 극구 사양했지만.

조금 뒤 내가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 찍고 있는걸 보고 있던 이 친구들이 나한테 다가와서는 자기들도 찍어줄 수 있냐고 하는 것.

흔쾌히 찍어주겠다고 하고 독사진과 형제 사진을 찍어줬다. 가지고 있던 휴대용 인화기로 사진까지 뽑아서 주니 얘네 부모님도 나를 찾아와서 좋은 추억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연신 감사 인사를 표했다. 이 맛에 인화기 들고 다닌다.

이 후에 인스타 맞팔이라도 할까 싶어서 어디서 왔냐, 얼마나 있냐 등 스몰토크를 하다가 알제리 출신이고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이라고 하더라. 그리고 너무 어려서 자기 휴대폰이 없다고 인스타그램은 없단다. 까였다.

그러면서도 예절 교육이 너무 잘된 포인트가 나는 Korea 에서 왔다고 했는데, ‘North or South?’를 시전하지 않았다. 이렇게 어린 친구들도 아는 남한만 여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어른들은 진짜 모르고 물어보는걸까? 재밌다.

 

인사성 바른 사람들
인사성 바른 사람들

그리고 다리 아래를 지날때마다 다리 위 사람들이 매번 이렇게 손을 흔들어 준다. 귀엽다.

 

다음 3편은 파리 디즈니랜드와 베르사유 궁전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