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에 다시 블로그를 시작해야지 해놓고, 다시 1년 하고도 3개월이 흘렀다.

누군가 입대 했다면 이미 병장이 됐을 기간이다.

그럼에도 돌아왔음에 감사하자.

가장 낮은 자세로 임하는 둥실이
가장 낮은 자세로 임하는 둥실이

 

2025년 6월 25일, 동생과 유럽 한 달 살기를 시작했다. (이 때 맥북 프로 10대 값을 썼다)

파리에서 2주, 브뤼셀(벨기에)에서 5일, 런던에서 약 2주를 머무는 일정이었다.

파리로 가는 비행기 안
파리로 가는 비행기 안

 

물론 파리에서 3일간 열리는 학회 참여를 겸해서 간 여행이었다.

내 논문이 Oral presentation으로 선정돼서 영어로 구두 발표해야하는게 좀 부담이었지만…

하늘 위의 백룸. 시간이 가지 않는다.
하늘 위의 백룸. 시간이 가지 않는다.

 

입국 심사하는데 열심히 연습했지만 부족한 발음으로 ‘봉주흐ㅋ’라고 했는데, 입국심사관이 ‘오 프랑스어 할 줄 알아?? (Sais-tu parler français?)’ 라고 해줬다. 발음이 나쁘지 않았다는 말이겠지?

다행히 이 물음을 알아들었던 나는 절대 아니라고 아주 조금만 할 줄 아는거라고 했다.

프랑스어 배우고 오길 잘했다.

 

입국하고나니 이런게 있다.

세계 각지 국가와 프랑스의 관광 명소를 비교하는 듯한 광고물이었다.

약간.. 좀 그런 느낌이다. “파리? 파주 영어 마을로 대체 가능.”

 

그래서 프랑스 사람들은 한국을 어떤 이미지로 생각할까? 하고 들여다 봤다.

이게 왜 한국..? 뭔데? 한국을 뭐라고 생각하는걸까

억지
억지

 

공항에서 나와서 파리 시내로가는 우버를 탔다.

파리 시내에 진입하자마자 몇 십 년 만에 대폭풍이 왔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아니… 나 방금 도착했는데 이거 맞아?

도로변 가로수가 ‘바람’에 쓰러져서 도로를 전부 가로막았다.

우버 드라이버가 진짜 숙소 바로 앞 5m 거리에 세워줬는데, 워터파크 갔다온 사람 마냥 쫄딱 젖어서 숙소로 들어갔다.

리셉션에서는 프랑스 사람들 답지 않게 괜찮냐면서 나를 걱정해줬다.

날씨가 그 정도인걸까? 파리 사람들이 생각보다 친절한걸까?

파리 첫 인상 합격.

가장 낮은 자세로 환영해주는 나무
가장 낮은 자세로 환영해주는 나무
한 치 앞도 안보이는 도로
한 치 앞도 안보이는 도로

 

다음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날씨가 너무 좋았다. 열받게도.

파리 여행 국룰. 에펠탑으로 제일 먼저 갔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철 탑이 아닐까?

주변 공원에서 잔디 바닥에 앉아 쉬거나 버스킹 하는 사람들 덕분에 더 아름답게 보였다.

그래도 동아시아인으로써 잔디 바닥에 앉아있으면 쯔쯔가무시 걸릴까봐 못앉겠더라.

가장 높은 자세로 나를 내려다보는 에펠탑.
가장 높은 자세로 나를 내려다보는 에펠탑.
엉덩이 안 젖나?
엉덩이 안 젖나?

그 다음 바로 샹젤리제 거리로 갔다.

그냥 프랑스의 강남… 오모테산도… 그런 느낌? (실제로는 강남과 오모테산도가 샹젤리제를 벤치마킹했지 않을까)

근데 건물 자체가 낮고 베이지 톤이라 분위기가 의외로 cozy하다.

강남과 오모테산도가 모던하게 화려하다면 샹젤리제는 클래식하게 절제된 화려함이다.

 

일단 샹젤리제 맥도날드를 갔다. 가장 아름다운 거리에서 가장 흔한 음식이라니… 당장 하자.

해외를 나가면 그 나라의 맥도날드를 한 번씩 가보는 편인데, 여기는 진짜 맛있었다.

다른 나라들도 그렇지만 일단 한국보다 사이즈가 크다. (나는 다 못먹었다)

맥도날드 샹젤리제점. 사람이 가장 많은 매장이었다.
맥도날드 샹젤리제점. 사람이 가장 많은 매장이었다.
보기엔 평범하지만 속은 다르다.
보기엔 평범하지만 속은 다르다.

 

이어서 샹젤리제에 바샤 커피가 있길래 가봤다. (바샤 커피는 싱가포르 커피 브랜드이다)

엄청나게 고급화 해놨길래 눈길이 끌려서 갔다.

맛이 엄청난 녀석이었다.

이 커피에 녹여먹으라고 살짝 그을린 설탕 막대를 주는데, 나는 단거 안좋아해서 가방에 넣어뒀다.

커피 계의 에르메스. 나 에르메스 백 생겼다.
커피 계의 에르메스. 나 에르메스 백 생겼다.
도깨비가 생각나는 그런 설탕 막대.
도깨비가 생각나는 그런 설탕 막대.

 

 

다음은 노트르담 성당.

사실 여기서 노트르담 성당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벤치에 앉아있었는데, 옆에 노년의 여성분이 갑자기 쓰러졌다.

말이 어눌해지고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딱 봐도 저혈당 증세처럼 보였다.

다행히 바로 옆에서 왜인진 모르겠으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다니며 여행하던 미국인 의사가 있어서 즉각 응급처치를 시작하셨다.

주변에 있던 군인분들한테도 도움을 청하고 이리저리 분주해졌다.

근데 의사가 저혈당 증세라면서 설탕 같은게 있으면 좋겠는데.. 라며 중얼거리는걸 들었다.

오? 바샤 커피에서 받은 설탕 막대가 있는데… 라는 생각이 번뜩 들면서 당장 가방에서 꺼내줬다.

의사와 노인의 가족분들은 연신 고맙다고 인사하며, 나한테 생명을 구한거라고 말해주더라.

언젠간 카르마로 돌아오겠지? 기대할게.

카르마 수집 현장
카르마 수집 현장

 

그렇게 미래에 다가올 행운을 적립하고 센 강으로 향했다.

낭만 지렸다. 아름다운 커플들이 굉장히 많았다.

거기에 베이지 톤의 배경까지… 아름다운 곳이다.

물은 아름답지 않다. 물은 쳐다보지 말것.

빠지면 병 수 백개를 얻을것만 같다.

아름다운 풍경
아름다운 풍경
아름답지 못한 풍경
아름답지 못한 풍경

 

 

저녁은 가볍게 숙소 근처에서 스테이크를 먹었다.

근데 이 풍경이 무려 밤 9시 반이다.

유럽의 여름이란… 새벽 4시에 해가 떠서 밤 10시 쯤 진다.

그래서 맨날 새벽 5시 잠에서 깼다. 미치겠더라.

내 생에 시간을 돌릴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때다.
내 생에 시간을 돌릴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때다.
미친 밤.
미친 밤.

 

다음 날은 세계 4대 박물관 중 하나인 루브르로 갔다.

내 인생에서 3번째 세계 4대 박물관을 가는 날이었다. (몇 주 뒤 대영박물관에서 세계 4대 박물관을 모두 찍게 된다)

박물관에 미친 나는 여기가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다.

보고 싶은것도 많았고 본 것도 많았고 기억할 것도 많았다.

만약 본인이 박물관을 좋아하는데 파리에 있다?

무조건 도슨트 끼고 루브르에 갈 것.

루브르 피라미드 바로 밑
루브르 피라미드 바로 밑
다른 건물로 넘어가는 길. 햇볕이 이뻐서 찍었다.
다른 건물로 넘어가는 길. 햇볕이 이뻐서 찍었다.

당연히 여기서 모나리자도 봤는데, 음 난 잘 모르겠다.

스푸마토의 정수를 구경하기 위해서.. 라기엔 이미 좋은 레오나르도 작품이 많은데..

약간 유명한걸로 유명한 느낌이 들어서 잘 안봤다.

모나리자 주변에 걸린 다른 작품이 훨씬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사진도 안찍음.

 

루브르 일정 후 주변에서 에스까르고 (달팽이요리)를 먹었는데, 이거 미친 음식이다.

꼭 먹어보도록 하자.

맛을 표현하자면.. 따뜻하고 짭짤하게 해산물처럼 요리된 ‘골뱅이 무침’이다. 근데 이제 바질을 곁들인.

파리에서 거의 이틀에 한 번 꼴로 먹었다.

이 식당에서 보이던 풍경.
이 식당에서 보이던 풍경.
시간을 돌릴 기회가 두 번 주어진다면, 여기다.
시간을 돌릴 기회가 두 번 주어진다면, 여기다.

 

이후, 센 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돌아다녔다.

강 바람이 굉장히 시원하고 햇볕이 미친듯이 따가웠던 기억이 있다.

이 때 미친듯이 타버렸다. 손목에 시계 자국이 그대로 남아버렸다.

하지만 좋았죠?

가장 시원했던 스팟. 조종실 뒷편. 운항하시는 분이 선풍기 같은걸 써서 여기가 가장 시원했다.
가장 시원했던 스팟. 조종실 뒷편. 운항하시는 분이 선풍기 같은걸 써서 여기가 가장 시원했다.
낮술에 잔뜩 취하신 파리지앵들. 반갑게 손 흔들며 인사해줘서 뭔가 기분 좋았다. 근데 파티박스로 노래를 틀고 다녀서 좀 시끄러웠다. 인사해줘서 봐줬다.
낮술에 잔뜩 취하신 파리지앵들. 반갑게 손 흔들며 인사해줘서 뭔가 기분 좋았다. 근데 파티박스로 노래를 틀고 다녀서 좀 시끄러웠다. 인사해줘서 봐줬다.

 

오늘은 이만 여기서 줄이려 한다.

다음은 내가 파리 여행에서 가장 좋아했던 스팟인 몽마르뜨에 대한 얘기다.

많관부.